
“고양이는 쥐를 잡아먹는다. 쥐는 무리를 지어 땅벌이 땅속에 지은 벌집을 습격한다. 벌은 들판에 핀 꽃송이를 오가며 꽃들의 수정 매개체 역할을 한다. 따라서 고양이 개체수가 늘어나면 쥐 개체수가 줄고, 벌집이 습격당하는 횟수가 줄어든다. 이는 땅벌의 개체수 증가로 이어져 더 많은 꽃이 수정하는 데 성공한다. 고로 고양이가 늘어나면 꽃이 늘어난다.”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에 나오는 이야기다. 고양이와 쥐, 땅벌과 꽃. 서로 다른 생명이 영향을 주고받으며, 생태계의 균형이 만들어진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 중 단 하나의 종이라도 사라진다면 균형은 금세 무너져 자연이 붕괴된다. 그렇기에 생물다양성은 다양한 종의 공생을 위한 필수조건이다.
갈등을 뒤로 하고 재건에 나서야 할 때
그러나 현재 한국 사회는 자연과 달리 다름을 틀림으로 몰아세우고 있다. 공존이 아닌 배제, 균형이 아닌 적대가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지난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사태 이후 대한민국은 둘로 나뉘었다. 대통령의 탄핵을 찬성하는가 아닌가, 그 둘 이외의 입장은 조금도 허용되지 않았다. 상대 진영을 공격하기 위해 가짜 뉴스와 음모론을 내세웠으며 상대를 향한 욕설과 폭행마저 서슴지 않았다.
이 같은 현상은 대형재난을 대하는 태도에마저 영향을 주고 있다. 지난 3월 22일 경상북도 의성군에서 시작된 산불은 149시간이나 이어져 사망자 31명, 부상자 26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고 약 2만7000명이 집을 떠나 대피했다. 이상기후 현상으로 인한 대형 재난은 이전부터 경고된 일이었으나 한국은 이에 대한 대비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었다.
그럼에도 상대 정치 진영 간첩이 불을 지른다는 터무니없는 음모론이 온라인상에 등장했다. 피해 지역 주민의 정치 성향을 이유로 후원을 취소하고 조롱하는 일도 벌어졌다.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할 의지보다는 갈등을 격화시키는 일만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산불로 훼손된 산림은 자연 복원 통해 회복 가능
토착 수종 중심 자연 복원 이뤄져야
우린 어디로 가야 할까? 갈등과 음모론을 뒤로 하고 재건에 나서야 할 때다. 먼저 산불로 훼손된 산림은 자연 복원을 통해 회복할 수 있다. 실제 강원 고성에서는 대형 산불 이후 자연 복원 지역이 조림 지역 못지않게 숲을 회복해낸 사례가 있다. 다만 생태적 안정에 이르기까지는 수십 년이 걸리는 만큼,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늦는다.
또 자연 복원을 할 때는 토착 수종 중심의 복원, 토양 회복, 생물다양성 회복이 함께 이뤄져야 건강한 생태계가 돌아온다. 현재와 같은 대형 산불의 반복을 막기 위해서는 소나무 위주의 조림 정책 검토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보호지역의 관리 정책을 실효성 있는 방향으로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 한국 정부는 UN 생물다양성 협약에 따라 2030년까지 국내 육상 및 해양의 30%를 보호지역으로 지정하겠다고 한 바 있다. 하지만 5년밖에 남지 않은 시점임에도 육상과 해양 보호지역을 각 1.7배, 17배나 늘려야 하는 등 이 역시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이러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더 이상 다름을 틀림으로 불러서는 안 된다. 다른 생물을 존중하고 포용하는 마음을 가져야 지속가능한 자연도 가꿀 수 있다. 인간의 욕심으로 초래된 기후위기. 그 결과 자연이 불타고 무너지는 상황에서도, 그 시급한 해결책마저 정쟁에 발이 묶인다면 우리에게 희망은 없다.
계엄이 벌어지고 탄핵 선고가 이루어지기까지 약 122일, 드디어 오늘 4월 4일, 대통령의 탄핵 재판 선고가 이뤄졌다. 한쪽에선 환호가 다른 한쪽에서는 분노가 터져나왔다. 이 오래 묵은 갈등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고, 앞으로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무수하게 많은 종이 공존하는 자연처럼, 서로 다른 존재들이 서로를 지탱하며 살아갈 수 있는 균형의 질서를 만들려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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