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플라스틱 오염 방지를 위한 국제협약을 논의하는 정부간 국제회의가 부산에서 열렸지만, 국가별 이견으로 합의를 이루지 못한 채 폐막했다. 이번 부산 회의는 당초 마지막 협상회의로 예정됐던 만큼 전 세계 이목이 집중됐지만, ‘선언적 합의’도 내놓지 못하면서 빈손 협상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합의 무산으로 회원국들은 내년 추가 회의를 열어 관련 협상을 재개하기로 했다.
산유국 거부로 ‘플라스틱 생산 규제’ 합의 안 돼
2일 환경부에 따르면,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지난달 25일부터 열린 국제 플라스틱 협약을 위한 ‘제5차 정부 간 협상위원회’(INC-5)는 이날 오전 3시쯤 폐회했다. 당초 지난 1일 종료 예정이었지만, 마지막까지 치열한 협상이 지속되면서 시한을 넘겼다.
회의의 핵심 쟁점은 ‘플라스틱의 원료인 폴리머(1차 플라스틱)의 생산 규제 여부’였다. 이를 두고 최대 플라스틱 생산국인 중국은 예상보다 전향적 입장을 보이면서 협상이 순조로울 것이라는 기대가 나왔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이란을 비롯한 산유국이 플라스틱 생산 규제를 거부하면서 난항이 이어졌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협약에 생산 규제 조항을 포함하는 것을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고, 러시아는 모든 국가가 수용할 수 있는 조항에 집중하자는 논리를 펼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협약 체결 뒤 첫 당사국 총회 때 1차 폴리머의 생산을 지속가능한 수준으로 줄일 지구적 목표를 담은 부속서를 채택하자’는 조항을 지지한 국가는 100여곳에 달했다.
그밖에도 회의에서는 ‘유해 플라스틱‧화학물질 규제’, ‘협약 이행을 위한 재원 마련 방안’ 등도 논의됐지만, 국가 간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합의가 이뤄지지 못했다. 다만 ‘플라스틱 제품의 디자인’, ‘폐기물 관리’, ‘협약 이행과 효과성 제고 방안’ 등에 대해선 일부 의견 접근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환경단체 “협상 결과 ‘참담’…개최국 한국 실망스러워”
환경단체들은 이번 협상 결과에 대해 “참담하다”는 평가를 내놨다. 환경운동연합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이번 협상 결과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를 중심으로 플라스틱 생산 규제를 강력히 거부한 세력에 굴복한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한국 정부의 역할이 미흡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국은 회의 개최국이자 플라스틱 협약 우호국 연합(HAC) 소속이지만, 생산 감축의 목소리가 담긴 협상장 제안서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환경운동연합은 “이번 협상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회의 개최국인 한국 정부는 매우 실망스러운 행태를 보였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그린피스도 “한국 정부는 생산 감축을 포함한 강력한 협약을 위한 적극 행보를 일절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녹색연합은 “마지막 본회의 3시간 전에 환경부‧외교부 장관이 협상장에 등장해 ‘협상 타결 시도’라는 제목의 사진만 남겼을 뿐”이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정부는 “회의 참석자들은 개최국인 우리나라가 협상 과정에서 협상 타결을 촉진하기 위해 보여준 리더십과 함께 철저하고 세심한 회의 준비와 환대에 사의를 표했다”며 “외교부‧환경부‧해수부‧산업부가 원팀을 이뤄 끝까지 성안을 위해 노력했다”고 자평했다.
5차 정부간협상위원회는 내년 추가 회의(INC-5.2)를 열어 협상을 이어갈 방침이다. 녹색연합은 “약 100개국이 공식 의견서 제출을 통해 생산 감축 지지 입장을 밝혔다는 점에서, 내년에 재개될 협상에서는 강력한 협약을 성안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린피스도 “한국 정부는 다음 회의에서는 강력한 국제 플라스틱 협약이 성안되도록 끝까지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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