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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제마을 팽나무’ 천연기념물 지정에도…시민사회 “기쁨과 걱정 교차”,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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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군산시에 자리한 \'하제마을 팽나무\' 전경. 사진=국가유산청
전북 군산시에 자리한 '하제마을 팽나무' 전경. 사진=국가유산청

“하제마을 팽나무가 천연기념물이 돼서 기쁘기도 하고 다행인데요. 한편으론 이 팽나무가 바람 앞의 촛불 같은 땅 위에 있어서 걱정이 되기도 하고 여러 생각이 교차했습니다.”

구중서 팽나무 팽팽문화제 조직위원회 위원장에게 ‘하제마을 팽나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것에 대한 소감을 묻자 이같이 답했다. 팽나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기쁘지만, 국방부가 하제마을을 미군에 넘겨 팽나무를 볼 수 없게 될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우려다.

그러면서 구 위원장은 “하제마을 팽나무와 인근 마을은 미군기지로 공여되지 않고 생명과 평화를 알리는 장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제마을 팽나무엔 어떤 사연이 있었던 걸까. 5일 <소리의숲>이 살펴봤다.

하제마을 팽나무, 지난달 31일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국가유산청은 전북 군산시 옥서면 선연리 산205에 위치한 하제마을 팽나무를 지난달 31일 국가지정 자연유산 천연기념물로 지정했다. 하제마을 팽나무는 지난 8월 천연기념물로 지정 예고됐는데, 의견 수렴과 자연유산위원회의 심의 과정을 거쳐 국가지정 자연유산 천연기념물로 최종 의결된 것이다. 오래된 자연물인 노거수가 갖는 경관적‧역사적 가치, 우리나라 고유 생활‧민속과의 깊은 연관성, 마을에서 사랑받는 자연유산이라는 점이 종합적으로 고려됐다고 국가유산청은 설명했다.

국가유산청은 “이 팽나무는 지금까지 500여 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하제마을을 굳건히 지켜왔다”며 “배를 묶어두는 계선주, 농사의 풍흉을 점치는 기상목 역할을 하며 섬이었던 마을이 육지화되고 사라져가는 과정을 지켜보고 생활풍습을 함께 한 오래된 자연물로 가치가 크다”고 밝혔다.

하제마을 팽나무의 나이는 2020년 기준으로 537(±50)살로 추정된다. 나무를 측정하는 기기인 생장추로 수령을 측정한 팽나무 중 가장 나이가 많다. 높이는 20m, 가슴높이 둘레도 7.5m로 규모도 크다. 나무 밑둥 3m 높이에서 남북으로 넓고 균형 있게 가지가 퍼져 수형도 아름답다고 국가유산청은 소개했다. 하제마을 팽나무는 군산시 보호수이자 전라북도 지정문화재이기도 하다.

조직위 “하제마을 팽나무는 하제마을 역사와 평화의 상징…환영”

조직위는 이번 지정에 대해 “하제마을 팽나무는 잃어버릴 수도 있었던 하제마을의 역사와 평화의 상징”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 “시민들의 적극적인 요구가 행정에 반영된 결과”라고 평가했다. 조직위가 팽나무의 가치를 알리고 하제마을을 지키기 위한 활동을 한 결과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하제마을은 원래 섬이었지만 1900년대 초 간척사업을 통해 육지가 된 곳으로, 한때 주민 2000여명이 거주하기도 했다. 하지만 하제마을에 군사시설이 들어서고 국방부가 군산 미군기지 탄약고 안전거리 확보 사업을 하면서 주민들이 강제로 이주당해 마을은 빈 상태가 됐다. 현재 하제마을에는 토지수용을 거부한 2가구만 남은 상태다. 구 위원장은 "남은 두 가구도 국방부로부터 토지 및 건물 인도 소송을 당했다"며 "이번달까지 이사를 가라고 최종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국방부가 하제마을을 미군 측에 공여하는 협상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지자, 하제마을 인근 시민 등은 ‘마을은 떠났어도 팽나무는 지켜야 한다’며 2020년 조직위를 결성하고 팽나무의 가치를 알리는 활동을 해왔다. 이들은 “하제마을이 미군에게 공여돼 미군기지로 편입된다면 팽나무를 볼 수도, 잘 지켜지고 있는지 확인할 수도 없을 수 있다”고 우려해 왔다.

“팽나무가 하제마을 지키게 돼…미군에 넘어가선 안 돼”

이번 천연기념물 지정으로 시민사회는 안도하면서도 경각심은 늦추지 않는 모양새다. “최근에는 ‘하제마을을 미군에 공여할 수 있다’는 소식이 거의 들려오고 있지 않고 있긴 하지만, 언제 또 공여가 논의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구 위원장은 “팽나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됐어도 정부가 ‘이 땅을 소중하게 여기고 이 땅을 미군에 넘기지 않겠다’고 공식화하지 않는 한 미군에 그 땅이 언제든 또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팽나무 천연기념물 지정을 계기로 하제마을이 미군에 넘어가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시민들은 “팽나무가 하제마을에 큰 역할을 하게 됐다”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군산지역 역사‧생태를 연구하는 양광희씨는 <소리의숲>과의 통화에서 “자칫하면 하제마을이 지도에서 사라져도 모를 지역이었는데, 팽나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면서 이 지역이 살아있게 됐다”며 “하제마을(이 지키던) 팽나무가 이제는 거꾸로 하제마을을 지킬 수 있게 되는 전환점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제마을이 미군에 공여된다는 불씨가 다시 살아날지 아무도 모르긴 하지만 (이번 지정으로 안심이 되는 느낌이 있다)”며 “국가가 천연기념물을 지정해 놓고는 이곳을 폐쇄시킨다는 것은 말이 안 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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