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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생태학살 맛집’이죠” 늑대의 절규…‘리와일딩’ 얼마나 준비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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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계‧환경연구단체 ‘생명다양성재단’과 창작집단 ‘이야기와 동물과 시’가 27일 오후 서울 중구 어스돔에서 토크행사 ‘이야기와 야생과 시’를 진행했다. 사진은 행사 중 \'몽골에서 온 늑대와 가상 인터뷰\'를 하는 장면. 사진=생명다양성재단
생태계‧환경연구단체 ‘생명다양성재단’과 창작집단 ‘이야기와 동물과 시’가 27일 오후 서울 중구 어스돔에서 토크행사 ‘이야기와 야생과 시’를 진행했다. 사진은 행사 중 '몽골에서 온 늑대와 가상 인터뷰'를 하는 장면. 사진=생명다양성재단

“이 나라가 뭘로 유명한지 알아요? 동물이 사람한테 요~만큼만 피해를 줘도 그 동물을 그냥 학살하고 다 죽여버리는 거요. 아주 ‘학살 맛집’이에요, 맛집.”

“한국의 생태계 복원을 위해 몽골 야생에서 살고 있는 늑대를 한국에 모셔 오자는 이야기가 있다”는 진행자의 질문에 몽골에서 온 늑대가 “절대 안 된다”고 질색팔색하며 이같이 답하자, 관객석에선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에 진행자가 “사실 우리나라엔 멧돼지가 좀 있다. 그걸로 어떻게 좀 안되겠냐”며 회유했지만, 늑대는 “있긴 뭐가 있나. 멧돼지를 다 죽여 버린 거 다 안다. 엽사들 풀어서 작정하고 죽이려고 하지 않았나. 나도 여기 살다 간 끝장 날 것”이라며 또다시 “결사반대”를 외쳤다.

27일 열린 토크행사 ‘이야기와 야생과 시’ 프로그램 중 ‘몽골에서 온 늑대와의 가상 인터뷰’ 상황극의 한 장면이다. 이날 상황극에선 늑대 역을 맡은 김자한씨가 회색 털이 덮인 늑대 가면을 쓰고 나와 ‘한국이 늑대가 살기에 얼마나 안 좋은 곳인지’를 피력했다. 진행자 역은 정혜윤 피디가 맡았다.

‘우리는 얼마나 야생을 맞이할 준비가 됐나’ 주제로 토크
새로운 자연 접근법 ‘리와일딩’, 시‧이야기‧상황극으로 소개

생태계‧환경연구단체 ‘생명다양성재단’과 창작집단 ‘이야기와 동물과 시’(이동시)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어스돔에서 토크행사 ‘이야기와 야생과 시’를 진행했다. 이날 토크행사는 두 단체가 지난 20일부터 28일까지 연 국내 최초 ‘리와일딩 주간’ 행사 4개 중 하나다.

사회를 맡은 김산하 생명다양성재단 대표는 이날 “전날 행사에선 리와일딩의 의미를 학문적으로 다뤘는데, 오늘 행사는 리와일딩을 좀 더 문화적으로 접근하는 자리”라고 소개했다. 김 대표의 말처럼 이날 행사에선 나희덕 시인‧정 피디‧김한민 연구가가 시와 이야기, 상황극 등 문화적 매개체를 통해 리와일딩을 관객들에게 알렸다. 이날 주제는 ‘우리는 얼마나 야생을 맞이할 준비가 됐나’였다.

리와일딩(재야생화‧Rewilding)은 최근 국제적으로 큰 반향을 얻고 있는 새로운 자연 보전 접근법이다. 자연 서식지에서 사라진 종의 도입(재도입)을 통해 생태계가 건강하게 복원되도록 한 다음 자연이 스스로 회복할 수 있도록 인간의 관리를 최소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구체적으로 이날 행사에서 나 시인은 소리풍경’(나희덕)‧‘우수수’(김소연)‧‘야생식물’(한연희) 등 야생‧자연과 관련한 시를 읽고 해설을 했고, 정 피디는 ‘가장 슬픈 날 만난 야생’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김 연구가는 인간과 동물의 갈등을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 아마존 원주민의 사례를 통해 풀어냈다. 모두 야생‧자연을 감각하고 공존하는 방법과 관련한 이야기였다.

“야생으로부터 동떨어져 가는 우리 마음과 감각을 회복하는 데 책을 읽는 것이 상당히 좋은 일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나 시인)

“동물을 만나는 그 순간에 딱 일대일이 돼요. 딱 동물만 남아 있는 것 같은 몰입의 순간이 있어요. 그때 조용하게 에너지가 엄청 나오는데 저는 그걸 생명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정 피디)

“가령 멧돼지가 내 농작물을 마음대로 먹었을 경우, 비원주민은 화를 내면서 멧돼지가 오는 족족 몰살시키는 등 집요하게 복수를 해요. 그런데 원주민들은 ‘밭이란 건 원래 동물들이 먹는 것’이라고 하고 말았어요. 저는 우리도 한국인 원주민이 되자고 말하고 싶어요.” (김 연구가)

생태계‧환경연구단체 ‘생명다양성재단’과 창작집단 ‘이야기와 동물과 시’가 27일 오후 서울 중구 어스돔에서 토크행사 ‘이야기와 야생과 시’를 진행했다. 사진=최나영 기자
생태계‧환경연구단체 ‘생명다양성재단’과 창작집단 ‘이야기와 동물과 시’가 27일 오후 서울 중구 어스돔에서 토크행사 ‘이야기와 야생과 시’를 진행했다. 사진=최나영 기자

이들은 리와일딩을 위해 우리가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나누기도 했다. 나 시인은 “지금 현장에서 일어나는 개발, 자연을 파괴하는 것들을 저지하는 노력을 기울일 때, 자연이 조금씩 스스로 힘을 찾아서 동물들도 돌아오고 식물들도 새롭게 필 것 같다”며 “리와일딩이 먼 꿈일 수 있지만 당장은 개발되는 곳을 지켜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연구가는 “(환경운동을 하다보면) 악을 저지하는데 온갖 에너지를 쏟고 있어 정말 지칠 수밖에 없다”며 “당연히 (환경파괴 등을) 막아야 하지만 동시에 어떤 희망을 가지고 미래를 그려 나가는 것이 리와일딩의 핵심인 것 같다”고 말했다.

시민들의 시각 변화가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 연구가는 “자연 관찰 등을 통해 우리와 동물들 간 관계를 심화하고 리와일딩의 분위기를 조성해서, 관련 프로젝트가 진짜 들어왔을 때 여론을 뒷받침해 주면 좋겠다”고 전했다.

김 대표도 “동물들이 얼마나 많은 기여와 역할을 하는지 과학적 얘기가 많이 있지만 이와 관련한 담론이 별로 생기지 않았다”며 “그런데 저는 비전문가인 우리 같은 사람들이 자연을 재발견함으로써 새로운 정책과 여론과 시각이 (사회에) 생기는 변화가 함께 있는 것이 리와일딩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래서 인문학적‧예술학적‧과학적 접근을 동시해 해보려고 애쓴 오늘 같은 행사를 연 것"이라고 마무리 발언을 했다.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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