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국민 주거 안정을 위한다며 지난 8일 내놓은 ‘주택공급 확대방안’은 ‘서울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와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서울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이 같은 방안들을 활용해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서울·수도권에 총 8만 가구의 신규택지를 지정하는 등으로 향후 6년간 서울·수도권에 총 21만 가구의 주택을 추가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하지만 수도권 그린벨트 해제 같은 정책이 ‘국민 주거 안정’에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정부안이 집값 안정은커녕 부동산 투기 수요를 자극해 되레 집값 상승을 야기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 정부 대책안 발표 이후 세간의 시선은 그린벨트 해제 후보지 예측에 쏠렸다. “벌써부터 들썩인다”와 같은 정부안 관련 기사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 이미 알 만한 사람들 사이에선 특정 소수에게 주어질 ‘부동산 로또 혜택’의 주인공이 되기 위한 눈치싸움이 시작된 모양새다. 이쯤 되면 ‘정부안으로 국민 주거 안정이 이뤄질 수 있느냐’를 진지하게 논의하려는 시도조차 순진하게 느껴져 민망할 정도다.
뿐만아니다. 수도권 그린벨트 해제는 기후위기 대응과 역행한다. 올여름 우리나라엔 한달치 비가 하루에 쏟아질 만큼 살인적인 폭우가 내린 데 이어, 역대급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도 기상이변으로 인한 피해가 속출하고 있고, 지금도 뜨거운 지구는 매년 점점 더 뜨거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스웨덴 생태 사회주의자 안드레아스 말름은 책 <코로나, 기후, 오래된 비상사태>에서 ‘탄소 배출량이 제로가 되지 않는 한 이 온난화는 끝없이 계속될 것’이지만, ‘탄소 배출량이 제로가 된다 한들 여전히 너무나도 뜨거울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수도권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것은 (고의든, 고의가 아니든) 특정 소수는 배 불리면서 다수의 동시대인과 미래세대의 생존은 위협하는 반윤리적인 행위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정부가 ‘국민 주거안정’을 위해서 ‘그린벨트 해제’ 같은 일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것도 아니다. 이번 정부안은 수도권, 서울과 서울 인근에 주택을 공급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미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 이상이 살고 있는 상황에서 다시 한 번 더 수도권 집중을 심화할 빌미를 주는 방안을 제시한 셈이다. 정말 국민들의 주거안정을 꾀하고 싶다면 이미 과밀한 서울에 무리하게 주택을 추가 공급할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전국 곳곳에 고루 분포해 살 수 있도록, 서울만이 아니라 지역도 살 만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지역을 획기적으로 발전시켜야 하지 않을까. 이 경우 국민 주거안정을 꾀할 수 있음은 물론, 서울 집중화로 인한 지역민의 오랜 박탈감도 일부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국민 주거안정’이라는 명분에 걸맞는 대안을 모색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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