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 영화 ‘사이클 마헤시’는 코로나19 봉쇄 기간에 인도에서 벌어진 사건이 배경이다. 인도 뭄바이 건설 현장에서 배관공으로 일하던 22살 청년 마헤시의 고향으로의 귀갓길은 역병으로 그만 막혔다. 시외버스나 철도 같은 대중교통은 중단됐고, 자가용을 가졌을 리 없는 일용직 노동자인 그에겐 다른 뾰족한 대안도 없었다. 주변에선 막연히 기다려보라는 이야기뿐이었다. 하지만 마음 급한 청년은 낡은 자전거에 짐을 싣고 주기적으로 가던 고향으로 귀가 여정을 개시했다. 마헤시의 고향도 인도였지만, 거리가 멀고 문화도 달랐던 뭄바이에서 마헤시는 사실상 이주노동자였다.

문제가 한 가지 있었다. 일터에서 고향까지의 거리가 2,000km 떨어져 있다는 점이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거리의 거의 7배다. 마헤시는 막연히 ‘자전거 페달을 열심히 밟으면 금방 도착하겠지’ 생각했지만 낙관은 첫날부터 무너졌다. 열악한 도로 사정은 툭하면 펑크로 이어지고, 뱀이나 야생동물이 갑자기 출몰해 위협을 당했다. 예상과 도로 사정이 생판 다른 바람에 헤매는 건 다반사였다. 하룻밤 머물 곳 구하기도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봉쇄로 인해 여정이 언제 가로막힐지 모른다는 게 난관이었다. 오직 운에 맡겨야 했다. 분위기가 심상찮으면 요령껏 돌아가야 했다. 때로는 길도 제대로 나 있지 않은 산을 넘어야만 했다. 그렇게 천신만고 끝에 마헤시는 고향에 도착했다. 1주일 주야로 페달을 밟은 결실이었다. 놀라운 위업에 전 인도가 들썩거렸다. 주요 미디어에서 그의 기행을 보도하고 공무원 취업을 제안하거나 포상 설레발도 여기저기 떠올랐다. 고생 끝 인생역전이 이뤄지는 것 같았다.
세간의 법석에 마헤시도 나름대로 기대를 품었다. 하지만 결국 그에게 남은 건 자기 사연이 담긴 한 편의 영화뿐이었다. 정치인들이 앞을 다퉈 제시하던 장밋빛 미래는 신기루처럼 사라졌고, 그는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갔다. 고향이 그리워 위험하고 고단한 여정을 주파했던 그는, 현실 ‘먹고사니즘’ 문제로 다시 몇 달씩 기약 없는 숙소 합숙을 견뎌야 했다. 휴대전화로 가족과 잠깐씩 통화하는 게 여전히 그의 낙일 뿐이다.

기구한 사연에 감춰진 대도시 이주노동자의 현실
마헤시의 사례는 특별한 게 아니다. 현대의 도시 임금노동자는 규정된 근로시간 앞뒤로 보상 없는 출퇴근 노동을 소화한다. 수도권 외곽에서 하루 왕복 네다섯 시간을 길 위에 쏟아붓는 통근 직장인과 마헤시의 처지는 다를 바 없다.
기업은 노동력의 효율적 동원과 통제가 절실하면 통근 차량을 제공하지만, 이는 노동자 복지가 아닌 기업의 필요에 따른다. 그나마 알아서 출퇴근하다 사고를 당하면 자가 책임, 통근 차량에서 당하면 산재처리 대상이니 그래도 교통편 제공이 낫긴 하다. 쿠팡 물류창고 분류작업을 위해 일용직 노동자에게 통근버스 이용을 가능케 하면 한국형, 집은 없어도 차는 있는 게 당연시되는 미국형 통근 모델로 유형만 나뉠 따름이다.
결국 마헤시가 위험을 감수하며 벌인 기행의 원인과 조건은 누구도 논하지 않았다. 당연히 어떤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여전히 열악한 조건에서 노동하다가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헤시(들)의 휴대전화 알림음은 ‘인터내셔널’ 노래다. 세계의 변하지 않은 본질과 구조적 모순을 지적하는 이 영화의 도전인 셈이다. 근래 개봉한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과 함께 인도 대도시 이주노동자 처지를 엿볼 기회다.
<작품정보>
사이클 마헤시
CycleMahesh
2024|인도|하이브리드/실험|61분
감독 수헬 바네르지
2024 37회 암스테르담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신인 다큐멘터리상
| [편집자주] <소리의숲>의 '적녹영화'는 노동 또는 환경을 주제로 한 영화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노동을 '적'(빨간색), 환경을 '녹'(녹색)에 비유해 코너 이름을 땄습니다. 이 코너에는 김상목 대구사회복지영화제 프로그래머의 기고글을 싣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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