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폐쇄가 올해 말부터 시작된다. 정부는 탄소 배출 감축을 위해 2036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 총 28기를 단계적으로 폐쇄하고, 이를 액화천연가스(LNG)발전소 등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당장 올해 12월 충남 태안 석탄발전소 1‧2호기를 시작으로, 내년 충남 보령‧경남 삼천포, 내후년 경남 하동 등의 석탄발전소가 폐쇄될 예정이다.
문제는 석탄발전소가 폐쇄되는 과정에서 정규직은 다른 발전소로 직무전환이 가능하지만, 비정규 노동자는 다수가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했다는 점이다. 지난달 공개된 발전 5사 자료에 따르면, 석탄화력발전소 28기가 폐쇄되는 과정에서 2046명은 고용승계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어떤 대책을 내놓고 있을까. 석탄발전소 비정규 노동자들의 심정은 어떨까.
<소리의숲>은 10일 태안 석탄화력발전소 하청업체 노동자인 송상표 공공운수노조 금화PSC지부장(53)과 하동 석탄화력발전소 하청업체 노동자인 김철진 공공운수노조 일진파워노조 위원장(48)을 화상으로 인터뷰했다. 송 지부장과 김 위원장은 각각 해당 발전소에서 경상정비 업무를 해 왔다.

“정부‧사측, 발전소 폐쇄 정보 노동자에 설명 안 해”
“우리가 쓰다 필요 없으면 버리는 부품인가”
– 석탄발전소 폐쇄를 앞두고 심정이 어떤가. 주변 비정규 노동자들 반응도 궁금하다.
송상표 : 태안 석탄발전소에서 20년 정도 일하면서 국민들에게 안정적인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굉장히 노력했고 여기에 대한 자긍심이 많다. 예전엔 굉장히 박봉이었고 근무 환경이 좋지 않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가정을 지키고 또 나라 살림에 도움이 된다는 자부심으로 일했는데, 갑자기 석탄발전소 폐쇄 이야기가 나오면서 한순간에 무너졌다. (정부와 사측이) 우리를 필요할 때는 쓰고 필요 없으면 쓰다 버리는 부품처럼 대하는 것에 울분이 있다.
주변 동료들의 경우 이곳에 다니면서 이직하려고 준비를 병행하는 분들도 있고, 퇴사하는 분들도 있다. 전체적으로 최근 석탄발전소 퇴사율이 굉장히 높다. 최근 태안 석탄발전소에서도 3명이 퇴사했다.
김철진 : 본인 의사에 따라 회사를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 정부 정책에 의해 발전소가 폐쇄됨으로써 일자리 자체가 없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고용에 대한 스트레스를 많이들 받고 있다. 조합원들 중에는 부양가족이 있는데 어떻게 생계를 이어나가야 할지 고민된다는 분들도 있고, 밤에 자다 깨면 다시 잠을 들기 어려울 정도로 고민된다는 분도 있다. 가족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불안해서 가족들에게도 아직 말하지 못했다는 분도 있다.
저의 경우 석탄발전소에서 27년 정도 근무하고 있고, 주변엔 30년 가량 근무하신 분들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우리 욕심을 챙기는 것이 아니라 고용만 보장되면 기후위기의 심각성에 동의하고 이때까지 일해 왔던 일자리도 내려 놓겠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그럼에도 정부와 사측은 우리들에게 발전소 폐쇄와 관련한 설명조차 하지 않고 있고, 제대로 된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
– 정부나 사측이 설명을 하지 않는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김철진 : 정부는 10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을 통해 석탄발전소를 폐쇄하겠다고만 하고, 이후 별다른 설명을 노동자들에게 하지 않고 있다. 노동자들을 모아두고 해당 석탄발전소는 언제 폐쇄된다거나, 이에 따라 고용은 어떻게 하겠다거나 등의 설명을 해야 하는데 하지 않고 있다. 노조가 개별 발전소 폐쇄 일정 등 관련 정보를 알아 와서 조합원들에게 알려주고 있는 실정이다.
송상표 : 석탄발전소 폐쇄 계획이 문재인 정부 때 나왔다. 벌써 5년 정도 됐는데 정부는 여전히 대책이 없고 지자체는 정부만 바라보고 있다. 우리나라 산업을 지탱하는 전기를 공급하는 공기업의 고용 문제인데도 정부가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

– ‘정의로운 전환’ 기금을 조성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선 지자체도 있지 않나.
송상표 : 충남의 경우 100억원의 ‘정의로운 전환’ 기금이 조성되기도 했지만 엉뚱한 데 쓰이기도 했다. 해당 기금은 충남에 석탄발전소가 있는 4개 시‧군(태안‧당진‧보령‧서천)에 25억원씩 배당됐는데, 일부 지자체는 지자체 홍보 스크린 교체 등 지자체 사업에 쓰겠다고 했는데, 저희가 반대해 막은 사례도 있다. 올해 폐쇄될 태안 1호기가 있는 태안군의 경우, 기금을 통해 재취업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기도 했지만, 교육 내용이 현실과 맞지 않는 내용이어서 신청자가 거의 없었다. 실효성이 없고 알맹이가 없는 대책만 나오고 있는 것이다.
김철진 : 경남은 ‘정의로운 전환’ 기금이나 관련 조례도 없는 실정이다.
“석탄발전소 폐쇄, 지역 소멸로까지 이어질 수 있어”
– 직무 전환이 안 될 경우, 해당 지역에서 양질의 일자리는 얻을 수 있다고 보나.
김철진 : 하동은 산업단지나 공장 같은 게 없어서 다른 지역으로 가지 않으면 이곳에서 일자리를 찾기는 힘들다고 저희는 판단하고 있다. 이는 지역 소멸로 이어질 수 있어 우려된다. 하동에는 인구가 5만 명도 안 되는데, 여기서 하동 석탄발전소가 세수로만 약 17%를 내고 있다. 석탄발전소 노동자들이 떠나가면 지역 경제에 미치는 부분도 엄청날 것이다.
송상표 : 태안의 경우도 (일자리가) 없다. 물론 근처 서산에 석유화학단지가 있지만 최근 석유화학단지도 상황이 좋지 않아 (재취업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석탄발전소가 문 닫는 것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노동자가 지역을 떠나가면 태안에 있는 소상공인들이나 다른 주민들에게도 문제가 생기는 만큼 지자체에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공공재생에너지 확대‧‘선고용-후교육’으로 고용 보장해야”
– 정부와 지자체가 어떤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보나.
김철진 : 우리는 공공이 주도하는 재생에너지로의 빠른 전환과 함께 ‘선고용-후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기술력이나 시기를 봤을 때는 LNG 발전소가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의 가교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LNG 발전소엔 폐쇄되는 석탄발전소 노동자들이 전원 다 고용승계 될 수 없다. 석탄발전소에 필요한 인력이 100이라면 LNG 발전소에 필요한 인력은 30% 정도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70%는 실직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해상풍력의 경우 인력이 상대적으로 많이 필요하다. 때문에 우리는 석탄발전소 노동자들을 해상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 발전소로 고용승계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다만 석탄발전소 폐쇄와 재생에너지 발전소 설립 사이에는 시간적 간극이 생길 수 있다. 그런데 노동자들도 재생에너지 업무에 대한 기술력을 습득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때문에 재생에너지 발전소가 설립되기 전까지 석탄발전소 노동자를 먼저 고용해 재생에너지에 필요한 교육을 받게끔 해야 한다고 본다. 또 교육을 받을 동안 월급을 보존해 주는 등 정부가 지원해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지역도 살고 노동자도 살 수 있다.
송상표 :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공공이 주도해야 하는 이유는, 석탄발전소 노동자 고용승계를 위해서도 있지만, 국민 복지를 위해서기도 하다. 해상풍력발전의 경우 외국 민간 자본이 많이 들어오고 있는데, 이 경우 민간 자본으로 인해 전기 요금이 좌지우지돼 버리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국민들이 지금처럼 값싸고 질 좋은 전기를 공급받게 하기 위해서라도 공공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아울러 LNG 발전소로의 전환배치와 관련해 덧붙이자면, LNG 발전소로 고용승계 되더라도 대부분 수도권으로 지역 이동을 해야 한다. 그런데 협력업체 노동자는 정규직과 달리 사택을 제공받지 못하기 때문에 옮겨가기가 쉽지 않다. 수도권에 가면 주거비가 두세 배 더 많이 드니 고용승계 돼도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그밖에 요구사항이 있다면.
김철진 : 도저히 노동자들을 전환배치할 수 없다면, 노동자들이 다른 일자리라도 가질 수 있도록 교육 등의 기회를 제공해야 하고, 거기에 들어가는 자금도 제공해야 한다. 또 그럼에도 취업 알선이 안 된다면 고용안정 자금을 지원해 줘야 한다. 정부는 끝까지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올해 태안 석탄발전소 폐쇄, 가이드라인 될 수도…
그 전에 대책 마련해야”
– 끝으로 하고 싶은 말.
송상표 : 정부의 현재 계획대로라면 석탄발전소 폐쇄가 올해 12월부터 시작된다. 1년의 시간도 안 남은 것인데 아무런 대책이 없다는 데 울분이 쌓인다. 한쪽의 희생만 강요하는 것 같다. 항상 고려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하는 것도 화가 난다. 늦은 감이 있지만 계속 대책을 만들어 가야 한다.
김철진 : 석탄발전소 폐쇄가 2036년까지 점진적으로 진행된다고 하지만, 사실 2025년 12월 태안 석탄발전소 1호기가 폐쇄되는 순간 그게 가이드라인이 돼 버릴 가능성이 높다. 이후에 폐쇄되는 발전소에 대해서도 정부는 태안 석탄발전소 고용 대책을 뛰어넘는 방안을 수립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올해 12월까지 제대로 된 고용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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