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래는 12월31일까지 정리를 할 생각이었는데요. 뜻대로 안 되네요.”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강인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이 2024년 마지막 날을 하루 앞둔 30일 <소리의숲>과의 통화에서 이같이 말했다. 노사가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해 해를 넘겨서까지 단식·노숙농성을 이어가게 된 상황을 두고 한 말이다. 강 부지회장은 40일 넘게 단식·노숙농성을 하고 있다.
계엄 사태에 이어 항공 사고까지. 전 국민이 혼란과 슬픔 속에서 2024년을 마무리하고 있는 가운데,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야외 농성장에서 연말을 보내고 있는 이들도 있다. 강 부지회장처럼 해가 지나가도록 투쟁을 끝내지 못해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노동자들이다. <소리의숲>은 해를 넘겨 투쟁하는 노동자들 중 한화오션 하청노동자와 한국옵티칼하이테크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40여일 째 단식, 한화오션 노동자…“해 넘겨서라도 투쟁할 것”
“내년엔 꼭 노조법 2·3조 개정돼서 원청과 교섭 해봤으면”
“(노숙 농성을 하면) 추위와도, 먼지와도, 원청 감시와도 싸워야 하니 힘들지요. 그런데 제일 힘든 것은 원청이 우리 하청노동자들의 요구를 안 듣고 있는 것입니다.”
한 해가 다 지나가도록 단식·노숙 농성을 하면서 가장 힘든 점이 무엇인지 묻자 강 부지회장이 한 말이다. 지회는 지난달 13일부터 경남 거제시 한화오션 사내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임금·단체교섭(임단협) 타결과 노조 활동 보장 등을 내걸고서다. 지난달 20일부터는 김형수 지회장과 강 부지회장이 이 장소에서 단식 농성까지 시작했다. 강 부지회장은 이날로 41일째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김 지회장은 건강 악화로 지난 11일 단식을 중단했다.
농성은 추운 날씨에도, 최근까지 천막도 없이 이어져 왔다. 한화오션 측이 천막 설치도 막았기 때문이다. 야당 의원들의 방문 등이 이어진 끝에 한화오션이 천막 설치를 허용해, 노숙 농성 44일 만인 지난 26일에야 농성장에 천막이 설치됐다.

하지만 이처럼 추운 날씨 속 노동자들의 단식·노숙 농성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노사는 여전히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 7월 교섭이 결렬된 뒤 5개월 만인 지난 23일 노사 교섭이 5개월 만에 재개되기도 했다. 교섭은 기존 19개 하청업체와 개별교섭 방식이 아니라, 19개 하청업체가 교섭단을 구성해 노측과 대표 교섭하는 방식으로 재개됐다. 그러나 교섭은 재개 닷새 만인 지난 27일 또다시 중단됐다.
지회는 “조선소 원·하청 구조에서 하청 업체는 교섭의 실질적 결정권이 없고, 하청업체와의 단체교섭만을 통해서는 그 어떤 합의도 불가능하다는 현실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며 “원청 한화오션이 책임 있게 나서지 않는 한 하청업체와의 대표교섭을 계속해도 어떤 합의도 가능하지 않다고 판단해 단체교섭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회는 하청업체 교섭단이 합의를 이룰 수 있도록 원청이 나서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강 부지회장은 통화에서 “41일째 단식을 하니 이제 전반적으로 기력이 약해지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우리 사회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윤석열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올해 국회를 통과돼서 다행스럽지만, 윤석열이 진짜 탄핵된다고 해서 노동 3권을 무시하는 재벌이 탄핵되는 것이 아니니 해를 넘겨서라도 투쟁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새해엔 정말 하청노동자들이 어깨 펴고 살 수 있는 세상을 한 번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는 말도 전했다. 강 부지회장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이 안 돼서 실질적인 사용자인 원청이 이 문제(교섭)에 대해 정확하게 답을 내리지 않고 있고 그래서 하청노동자들이 힘들어지고 있다”며 “내년엔 꼭 노조법 2·3조가 개정돼서 원청과 한번 교섭을 하고 싶다는 것이 가장 큰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옥상서 ‘두 번째 겨울’ 맞는 한국옵티칼 해고 노동자들
“강한 겨울바람에 불안…내년에도 지치지 않고 싸울 것”
올해 1월 시작된 한국옵티칼하이테크(이하 한국옵티칼) 해고자들의 고공농성도 결국 해를 넘기게 됐다. 박정혜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수석부지회장과 소현숙 지회 조직부장은 한국옵티칼에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지난 1월8일부터 경북 구미에 위치한 한국옵티칼 공장 건물 옥상에서 고공농성을 하고 있다. 이날로 358일째를 맞았다. 9일만 더 지나면 1년을 맞는다. 겨울에 옥상을 올라 봄과 여름을 지나 다시 겨울. 사계절을 옥상에서 나게 된 셈이다.

유난히 뜨거웠던 올여름, 텐트 그늘과 선풍기·얼린 생수병에 의지해 더위를 달랬던 두 사람은 이제 또다시 추위, 그리고 겨울바람과 싸우고 있다. 박 수석부지회장은 <소리의숲>과의 통화에서 “날씨도 춥지만 조금 높은 곳에 있다 보니 바람이 엄청 분다”며 “(바람 때문에) 텐트 주변에 비닐을 쳐 놓은 부분이 다 찢어졌다. 바람 소리 때문에 잠을 잘 못 자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또 박 수석부지회장은 “지금 올라온 건물이 불이 난 공장이다 보니 바람에 의해 뒤에 있는 철제들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그래서 ‘쾅쾅쾅’ 소리도 계속 난다”며 “좀 불안한 마음도 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내년에도 지치지 않고 고용승계를 위해 열심히 싸우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박 수석부지회장은 “지난 1년 동안 저희가 정말 열심히 투쟁을 했는데도 사측은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노동자들을 이렇게까지 무관심하게 내팽개치고 있는 것에 너무 화가 난다”며 “그래도 우리가 고용승계를 위해 지금까지 달려왔듯이 내년에도 지치지 않고 반드시 고용승계를 하기 위해 더 열심히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일본계 다국적 기업 니토덴코의 자회사인 한국옵티칼은 2022년 10월 공장에 불이 나자 공장을 청산했다. 물량은 모두 니토덴코의 또다른 자회사 한국니토옵티칼 평택공장으로 옮겨졌지만, 노동자 고용승계는 이뤄지지 않았다. 200명 가량의 노동자 대부분은 희망퇴직을 했고, 이를 거부한 17명은 정리해고됐다. 이에 해고자들은 평택공장으로의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지난해부터 농성을 벌였고, 이 중 두 사람은 올해 1월 옥상에 올라 지금까지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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