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후위기에 대해 각국이 어떤 법적 책임을 져야 하는지 따지는, 세계 최대 규모의 ‘기후 재판’이 지난 2일(이하 현지시각) 시작됐다. 이 재판에서 태평양 섬나라들은 기후위기로 인한 해수면 상승 등으로 피해를 입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번 재판 결과는 법적 강제력은 없지만 국제법 해석에서 권위 있는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국제사법재판소(ICJ)는 지난 2일 이 같은 내용의 공개 청문 절차를 시작했다. 청문회는 오는 13일까지 진행된다. 이번 재판에서는 98개 나라와 12개 국제기구가 출석해 진술하는데, 이는 국제사법재판소 역사상 가장 큰 규모다. 발언하는 국제기구에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세계보건기구(WHO),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등이 포함된다. 한국에선 황준식 외교부 국제법률국장과 이근관 서울대 교수 등이 재판 둘째 날인 지난 3일 출석해 의견을 밝혔다.
이 재판은 ‘기후변화에 맞서 싸우는 태평양 섬 학생들(PISF‧Pacific Island Students Fighting Climate Change)’이라는 청년 단체가 이 사안을 국제사법재판소에 회부하기 위한 캠페인을 2019년 벌이면서 시작됐다. 태평양의 작은 섬나라인 바누아투 정부가 이 캠페인에 지지하며 국제사법재판소에 판단을 구했고, 지난해 3월 유엔 총회에서 관련 결의안이 채택되면서 이번 재판이 열리게 됐다.

섬나라‧저개발국 “해수면 상승으로 나라 사라질까 걱정…생존 위기”
국제사법재판소가 판단할 핵심 쟁점은 두 가지다. ‘온실가스 배출로부터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각국은 국제법적으로 어떤 의무를 지는지’와 ‘기후 시스템과 환경에 악영향을 일으킨 국가는 어떤 법적 책임을 지는지’이다.
청문회 첫날, 작은 섬나라들과 저개발국들은 “섬나라들이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과 재해로 생존의 위기에 처했다”고 호소했다. 섬나라 국가들의 연합기구인 ‘멜라네시아 스페어헤드 그룹’(MSG)을 대표해 나온 바누아투의 랠프 래겐바누 기후변화‧환경 특사는 첫 발언에 나서 “오늘날 우리는 우리 탓이 아닌 위기의 최전선에 서 있다”고 토로했다.
섬나라인 바베이도스 측도 같은 날 기후변화와 관련해 “해수면 상승을 피할 곳이 없는 작은 섬 개발도상국들의 삶과 죽음의 문제”라로 호소했다. 섬나라 바하마 측도 “자국 섬이 사라질 때 누가 자국민을 데려가겠나”라고 했고, 방글라데시 측은 판사들에게 “세계를 벼랑 끝에서 벗어나게 해달라”고 촉구했다.
유엔기후변화협약 넘어서는 법적 책임 져야 할까…한국 입장은?
재판에서는 파리기후협약을 비롯한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틀 내로 국가들의 법적 책임이 한정되는지 여부를 두고 국가들 사이에 의견이 갈리기도 했다. 바누아투를 비롯한 작은 섬나라들과 저개발국들은 유엔기후변화협약을 넘어서는 배상과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독일과 사우디아라비아 등은 유엔기후변화협약 이외에는 아무런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둘째 날 발언한 한국의 경우 “유엔기후변화협약이 우선순위를 부여받아야 한다”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기후변화와 관련한 다른 국제법적인 의무를 회피하거나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한국은 “‘손실과 피해’와 관련한 파리협정 8조는 당사국에게 책임이나 배상 의무를 부담시키는 것이 아니라, 협력적이고 촉진적인 방식으로 적용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국제사법재판소는 공개 심리가 끝나면 ‘권고적 의견’을 내놓게 된다. 이 의견은 구속력은 없지만, 각 국가나 지역에서 벌어지는 다른 기후위기 소송의 법적 근거로 인용될 수 있어 주목된다. 유엔 기후 협상 등에서 최소 기준으로 제시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재판은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제29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가 지난달 24일 폐막한 지 2주가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열렸다. 이 총회에서는 선진국들이 매년 최소 3000억달러(약 421조6500억원)의 기후재원을 마련하기로 합의했지만, 개발도상국들은 부족한 액수라며 “실망스럽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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